

살다 보면 내 뜻대로 안 되는 일투성이라 소설 속 주인공까지 고생하는 걸 보면 기가 빨릴 때가 있죠. 남편이랑 <강철의 열제> 보면서 무협에 입문했지만, 가끔은 복잡한 세력 다툼 다 필요 없고 그냥 '다 패버리는' 시원함이 그리울 때가 있더라고요. 그때 만난 백보 작가님의 <천하제일 곤륜객잔>은 제게 완벽한 휴식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무협소설이 무겁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강철의 열제를 읽으면서 웹소설 무협 장르에 빠져들긴 했지만, 살다 보면 내 뜻대로 안 되는 일투성이라 소설 속 주인공까지 고생하는 걸 보면 기가 빨릴 때가 있죠. 그렇게 지쳐갈 무렵 만난 작품이 바로 백보 작가님의 <천하제일 곤륜객잔>이었습니다. 제게 완벽한 휴식 같은 작품 이야기를 해볼게요.
벽우라는 이름이 주는 통쾌함
주인공의 본래 도호는 운룡입니다. 100년 수련 끝에 세상에 나왔는데, 문파는 망해 있고 스승님도 안 계십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굉장히 인상적인 선택을 합니다. 평생 자기 곁을 지킨 게 '벽'뿐이라 벽우(壁友)라니! 이 양반은 악당들이 '넌 누구냐'라고 물을 때 '나는 벽우다'라고 한마디 하고 상황 정리를 끝내버니다. 복잡한 복선? 치밀한 전략? 다 필요 없습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프리패스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그 심플함이 이 소설의 진짜 매력입니다.
곤륜객잔의 식구들, 춘삼이의 매력
벽우는 산을 내려오던 중 곤륜객잔에서 점소이로 일하는 소희를 만나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로운 삶을 살던 소희와, 스승과 사형제를 모두 잃은 벽우는 서로에게 불쌍함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이 객잔이 소설 전반의 배경이 됩니다.
특히 마교 교주였던 인물을 기억 상실증에 걸리게 해서 '춘삼이'라는 이름으로 객잔 직원 삼는 설정은 신의 한 수였어요. 3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며 콩트를 찍는 춘삼이 덕분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객잔이라는 공간은 무협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무대잖아요. 천하제일의 고수가 객잔 숙수가 되어 '허공섭물'로 서빙하고 '삼매진화'로 볶음 요리를 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돌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그 객잔 요리 한 번 맛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유
일부 리뷰에서 '악역이 쳐들어옴 → 직원들이 대응하지만 역부족 → 벽우나 춘삼이 정리함'이라는 패턴이 반복되어 식상하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벽우니까 결국 해결하겠지'라는 확실한 믿음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거든요.
벽우니까 그냥 '나는 벽우다' 하고 나타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그게 바로 이 소설이 주는 판타지이자 쾌감이기 때문입니다.우화등선할 뻔한 순간에도 자기답게 담판을 짓는 벽우를 보며, 끝까지 일관된 캐릭터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도 남편이 '넌 누구냐'라고 장난치면 저도 모르게 '나는 벽우다'라고 대답하곤 해요.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으신 분들, 고구마 없는 화끈한 사이다를 원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벽우' 같은 마스터키를 꿈꾸게 되잖아요? 그 프리패스를 벽우를 통해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