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 로맨스 판타지 좋아하시나요? 저는 소설로 먼저 접했다가 귀여운 비비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웹툰까지 주행한 작품이 있습니다. 야식먹는중 작가의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인데요. 2019년 11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해 본편 140편, 외전 30편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인간화가 늦어 버려진 토끼 수인과 변태 기질 가득한 흑표범 수인의 위험천만한 동거 이야기죠. 웹소설 중에서도 가볍고 유쾌한 축에 속하는데, 일상이 무거울 때 읽기 딱 좋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작품을 강추하는 이유를 하나씩 이야기해볼게요.
이유 1. 비비가 너무 귀엽다, 진심으로

이 작품을 강추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주인공 비비 레미안입니다. 비비는 스무 살이 넘도록 토끼 모습 그대로인 수인이에요. 사람처럼 생각하고 글도 읽을 줄 아는데 말은 못하고 인간 형태로 변신도 안 되는, 그야말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가족들은 비비를 반쪽짜리 취급하며 흑표범 영토 경계에 바구니째 버리는데(심지어 잡아먹히길 바라면서요)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외롭다는 단어로 다 표현이 안되는 서러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비비라는 캐릭터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속으로는 꽤 응큼합니다. 토끼일 때는 몸짓으로, 인간이 되면 표정으로 자기 생각을 다 표현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다 읽어버리거든요. 웹툰에서 손 방방 흔드는 장면 봤을 때 진짜 심쿵!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어요. 귀염뽀짝 수인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비비 하나만으로도 이미 본전 뽑으실 거예요.
이유 2. 세계관 설정이 탄탄하고 흥미롭다
이 작품의 핵심 설정은 '페로몬' 시스템입니다. 수인들이 성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안정화시켜야 하는 생체 신호인데요. 보통 수인들은 다섯 살 이전에 인간화에 성공하고 페로몬을 자유롭게 다루게 됩니다. 비비는 불안정한 페로몬 때문에 인간화가 안 됐던 건데, 흑표범 아힌의 강력한 지배 페로몬을 접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거든요. 이 과정이 응큼하고 쫄깃하고 흥미롭습니다.
수인물 특유의 본능적 위계질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초식동물인 토끼가 육식동물 흑표범 앞에서 느끼는 공포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 기절하고 뒷발차기로 저항하는 비비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어요.
이유 3. 뻔한 전개 같지만, 과정이 진짜 재밌다
이 소설이 로판인 이유는 초식동물이 본능적 공포를 이기고 육식동물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기 떄문입니다. 뻔한 전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과정이 재미있어요. 초식동물이 육식동물 영토에서 좌충우돌하다가 어느 순간 육식동물 정복기로 변하거든요.온갖 상위 포식자들이 모두 비비앞에 무릎을 꿇어요.
중간에 위기리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아힌의 페로몬 발작으로 비비가 목을 물려 죽다 살아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비비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아힌에게 돌아오는 장면은 뭐랄까 사랑 vs 본능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도 극복해가는 이야기라고 쓰면 별거 아닌것 같지만, 이게 뭐라고 그렇게 몰입이 되더라고요. 단순히 로맨스로만 풀어내지 않고 한 캐릭터의 성장 서사로 풀어낸 게 웹소설 답지않게 비장하달까 그래서 더 어이없이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 덜덜 떨던 토끼가 어느 순간 맹수를 걱정하는 존재가 됐다는 게 빅재미죠. 비비가 얼마나 엄청난 토끼가 되는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유 4. 조연들이 다 살아있다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조연들입니다. 흑표범 영토의 어른들이 모두 비비를 애지중지 사랑해주거든요. 아힌의 어머니이자 수장인 발렌스, 아힌의 아버지 이디스, 부관 이브린, 호위 메이마까지. 이들이 비비에게 쏟는 따뜻한 애정이 비비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아힌의 부관 이브린은 정말 재미있는 캐릭터예요. 토끼 놀리는 게 취미인 데다 중간중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엘리트 부관이면서도 솔직하고 때로는 울보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무척 인간적으로 그려집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저는 울보라서요"라며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장면은 어울리지 않게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해요.
암컷 흑표범 애쉬와 비비의 우정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둘의 케미가 달콤해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무심한 애쉬를 사랑하는 순종남 바라드 커플도 매력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성격이 확실하고 개성넘치게 매력 덩어리들이라 비비의 귀여움에 은은히 미소 짓다가 개그 요소 때문에 빵 터지는 경험을 계속하게 됩니다.
이유 5. 남주 아힌의 갭이 어마어마하다
마지막으로 남주 아힌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겉으로는 완벽한 차기 수장이지만 비비 앞에서는 숨겨왔던 변태적 성향과 뒤틀린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캐릭터입니다. 이성과 본능(이라 쓰고 변태 집착남 이라 써도 되는)을 오가는 갭이 다른 인격처럼 보일 정도이지만 둘 다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보통 집착이 강하고 소유욕 있는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힌은 그것마저 귀여웠어요. 비비를 처음 주운 이유가 흥미롭다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 진심으로 비비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뭐랄까 못된 망아지 길들여지는 것 같아 재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고구마에 목 막히는 치정물이 아니라 피식피식 웃으며 볼 수 있는 귀염 치사량이 넘치는 힐링물입니다. 저는 캐시 쓰면서웹툰 까지는 잘 안 보는 사람인데, 이 작품은 소설 다 보고 웹툰도 볼 만큼 재밌습니다. 소설 속 귀여움과 눈으로 즐기는 웹툰의 귀여움은 또 다르더라고요.
완결이 아쉽다면 외전까지 보셔도 좋은 작품. 귀엽고 밝고 응원하게 되는 스토리를 찾으신다면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