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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빼앗을 왕관> 복수하는 여주의 클래식 버전

by 반짝이 다아트 2026. 3. 10.

 

https://youtu.be/Lx167e__M9c?si=k2eOhzhJWzSUl-fl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와! 진짜 딱 복수 회귀물에서 벗어나지 않겠군!'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회귀물이라는 소재 자체에 이미 피로감이 쌓인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고, 기억을 무기 삼아 적들을 하나씩 응징하고, 결국엔 사랑도 찾고 권력도 되찾는다는 이 구조 자체가 너무 익숙한 공식처럼 느껴지니까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페이지 주간 웹소설 3위라는 수식어가 계속 눈에 밟혀서 결국 손을 대게 만드는 복수극의 정석 <너에게 빼앗을 왕관>입니다.

 

'너에게 빼앗을 왕관'은 발디나 왕국의 유일한 왕녀 메데이아가 회귀해 자신을 배신하고 이용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숙부 호아킨 클라우디오 공작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킹메이커 역할을 다한 이아손에게 배신당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메데이아가 돌아와 모든 것을 다시 뒤집는다는 서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못 쓴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꽤 잘 쓴 소설에 속합니다. 그런데 딱 한 끗, 그 한 끗이 계속 아쉽게 걸립니다. 윌브라이트 작가는 이미 검증된 필력을 가진 작가고, 그 필력이 이 작품에서도 분명히 느껴집니다. 다만 회귀자라는 설정이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가능성을 이 작품이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라고 물으면 저는 솔직히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메데이아가 보여주는 한계


가장 크게 걸렸던 부분은 메데이아의 선택지가 생각보다 좁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회귀자라는 설정의 핵심은 결국 '미래를 아는 자'로서 더 넓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메데이아는 흑마법의 존재를 체자레를 통해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성녀의 계략에 휘말리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갑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건 함정이다'가 이미 예측되는 상황인데, 굳이 그 함정에 발을 들여놓고 몸으로 극복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저는 원래 시원한 회귀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지점이 유독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는데 왜 굳이, 라는 생각이 계속 따라붙었거든요. 물론 이걸 '트라우마의 잔재'로 해석할 수는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숙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메데이아가 회귀를 했다고 해서 그 심리적 흔적을 단번에 지울 수 없다는 것, 그 상처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 그게 작가의 의도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읽으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그 납득이 '이해는 가지만 답답하다'와 '이해가 가니까 괜찮다' 사이 어디쯤에 머무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소설이 아쉬운 두 번째 이유는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 과하게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체자레의 외할아버지라든가, 여러 세력의 관계망이 굳이 그렇게까지 꼬여 있어야 하는가 싶은 구간들이 중간중간 존재합니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때로는 그 복잡함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무겁게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구마 구간이 많다는 개인적인 감상이 남습니다.
하지만 빠뜨리면 아쉬운 메데이아의 오빠도 짚고 가고 싶어요. 여동생을 지키는 방법을 몰랐던 오빠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마지막에 군대를 이끌고 달려오는 장면에서 '저런 오빠는 너무 좋다~' 하게 됩니다.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 중에 하나는 이처럼 조연으로 나오지만 매력적이고 사람을 홀리는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체자레와의 로맨스, 조연이 더 시원한 이유


그럼에도 이 소설을 완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 중심에는 솔직히 메데이아보다 체자레가 있습니다. 체자레 드와이슬러 카젠은 무기상 파사드 상단의 실질적 수장이자 로마냐의 공작이며 카젠 제국의 1황자인데, 저주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메데이아를 향해 보여주는 맹목에 가까운 헌신이, 회귀자인 주인공이 보여주는 선택들보다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읽힙니다. "나는 아마도 남은 인생을 이 여자를 위해 살게 되겠구나"라는 그의 독백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어찌 보면 이건 아이러니입니다. 회귀물이라면 당연히 회귀자가 이야기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조연인 체자레가 더 광폭한 선택을 하고, 더 시원하게 어시스트를 해주고, 메데이아의 결정을 뒷받침합니다. 만약 메데이아가 회귀자로서 더 단호하게 선택들을 이끌어나가고, 체자레가 그 옆에서 순정을 다해 지지하는 구조였다면 훨씬 설득력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렇게 됐더라면 체자레의 헌신이 더욱 빛났을 텐데요. 그래도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메데이아는 자신을 선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휘둘리고, 무너지고, 답답한 선택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그 의지만큼은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회귀물을 읽는 이유가 결국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이라는 판타지 때문이라고 봅니다. 윌브라이트 작가는 이미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 <졸부집 딸입니다>등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회귀물은 이미 진부한 소재가 되었지만, 이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스토리의 흡입력 때문입니다.

 

메데이아는 능력은 있지만 그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몰랐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궁정로맨스(宮廷 romance)란 왕실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뜻하는데, 이 작품은 중세 유럽풍의 발디나 왕국을 배경으로 권력과 배신, 복수가 얽힌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이 소설에서 확실이 느낄 수 있는 건, 메데이아가 회귀 후 자신을 배신했던 이들에게 철저히 복수한다는 점에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입니다. 숙부 호아킨 클라우디오는 회귀 전에 어린 메데이아를 이용해 모든 걸 얻었지만, 회귀 후에는 메데이아에 의해 모든 걸 빼앗깁니다. 이아손 역시 회귀 전에는 메데이아 덕분에 왕이 되었지만 그녀를 배신했고, 회귀 후에는 철저히 농락당합니다.이아손의 뻔뻔함에 모든 독자가 다같이 화를 내고 분통을 터트리게 되죠.

다만 중간중간 고구마 구간이 많고,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 과하게 복잡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메데이아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려 노력하고, 자신을 계속 선택하려는 모습은 칭찬할 만합니다.

 

웹소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독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대에 달하며, 그중 로맨스판타지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너에게 빼앗을 왕관'이 2부를 지나 완결까지 연재되며 사랑받는 건, 결국 독자들이 메데이아의 여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답답한 부분도 있고, 주인공보다 조연이 더 매력적인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윌브라이트 작가의 필력과 꼼꼼한 스토리 전개, 그리고 메데이아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성장은 충분히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흔한 회귀물에 질렸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작품입니다. 다만 고구마를 잘 참을 수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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