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주간 3위라는 타이틀에 홀린 듯 클릭해서 읽기 시작한 소설이 <너에게 빼앗을 왕관>인데요. 솔직히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와, 이건 역대급 사이다 복수극이겠구나!' 싶었거든요. 윌브라이트 작가님 필력이야 이미 유명하니 믿고 들어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쓴 글이긴 한데 읽는 내내 제 가슴을 툭툭 치게 만드는 묘한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회귀자인데 왜 당해줘? 속 터지는 메데이아
주인공 메데이아가 회귀자인데, 미래를 다 알면서도 굳이 성녀의 계략에 휘말려줄 때마다 속이 터지더라고요. '트라우마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시원한 복수극을 기대한 제 입장에서는 '아니, 저걸 왜 당해줘?'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회귀자 설정의 묘미가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그 쾌감 아닌가요? 그런데 메데이아는 흑마법 함정인 거 뻔히 보이는데 몸으로 직접 증명하려 하거든요. 혼자 핸드폰 붙잡고 훈수 둘 뻔했다니까요. 답답하면서도 손을 놓지 못한 건, 그 발버둥 치는 과정이 어딘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게 해준 건 남주 체자레
오히려 이 소설을 끝까지 버티게 해 준 건 남주 체자레였습니다. 시한부라는 설정에서 시작해서, 여주를 향해 '내 남은 인생은 이 여자를 위해 살겠구나'라고 독백할 때 주인공보다 조연이 더 시원하게 판을 깔아주는 느낌이었어요. 여기에 여동생 바보로 변해가는 오빠까지 가세하니, 답답했던 속이 그나마 좀 풀리더라고요. 메데이아가 고구마를 씹어주는 동안, 체자레랑 친오빠가 사이다를 대신 따라주는 구조랄까요.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들이 더 매력적인, 참 희한한 작품입니다.
복수는 차갑고 확실하게
고구마 구간이 꽤 길지만, 복수의 순간만큼은 확실히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나만 믿으라던 숙부와 배신자 이아손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을 보면 '그래, 이 맛에 복수극 보지' 싶거든요. 기다린 만큼 돌아오는 게 있다는 게 윌브라이트 작가님 특기인 것 같아요.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마력, 이게 필력이 아니면 뭔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먼치킨 사이다물을 원하신다면 조금 참을성이 필요할 거예요. 메데이아는 처음부터 무결하게 강한 주인공이 아니라, 상처 입은 채로 주체적으로 서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물이거든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답답하면서도 묘하게 응원하게 되는 면이 있어요.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역대급 순정남을 보고 싶은 분들은 확실한 만족감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고구마 뒤에 오는 사이다는 확실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