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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악녀가 돌아왔다 (평행 세계, 사이다 여주, 후회남)

by 반짝이 다아트 2026. 3. 17.

표지가 강렬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픽 했던 소설입니다. 처음엔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근데 첫 몇 화를 넘기자마자 빠져들었어요. 마침 그 시기에 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해야 완성되는 과제였거든요. 그런데 팀원들이 자기 손 더러워지는 걸 싫어하고, 슬쩍 뒤로 빠져서 결과물에만 이름을 얹으려 했습니다. 성격상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어서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꾸역꾸역 마무리는 했는데 끝나고 나서 다들 자기가 잘했다는 표정이더군요. 다시는 사람 얼굴 보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을 때라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런 장르에 빠지는구나.'
이 소설 속 주인공 로제린이 시원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대리만족을 주더군요. 회귀물(Regression)이라는 장르 설정 대신 평행세계(Parallel World)라는 신선한 구조를 택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회귀물이란 주인공이 죽거나 실패한 뒤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사는 전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평행세계라는 설정을 통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망나니 악녀가 돌아왔다 웹소설 표지


평행세계 설정이 만든 신선한 전개


일반적인 회귀물은 주인공이 뼈아픈 후회 끝에 과거로 돌아가 잘못을 바로잡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망나니 악녀가 돌아왔다'는 평행세계라는 장치를 사용합니다. 로제린은 원래 세계에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다가 결국 27살에 비참하게 죽습니다. 그러다 게런 윌브리드 후작에 의해 평행세계의 17살 자신의 몸으로 깨어나는데, 그곳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세계입니다.

평행세계 이론(Multiverse Theory)이란 우리가 사는 우주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선택과 결과를 가진 세계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소설은 그 이론을 판타지 서사에 적용해서, 스토리를 풀어나가요. 회귀물도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흐름이 이전과 다르지만 그래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런 설정이 있어서 다소 억지스런 부분이 생길 때도있잖아요.

이 작품은 로제린이 다른 차원의 자신을 만나고 그 세계에서 다르게 행동하면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킨다는 설정이 되면서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여기서 나비효과란 작은 변화 하나가 연쇄적으로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합니다. 로제린이 평행세계에서 적극적으로 가족에게 다가가자, 원래는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사랑이 드러나고, 이것이 마지막에 막룩사라는 흑막 집단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설정이 단순한 복수극이나 회귀물보다 훨씬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로제린은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라 다른 세계로 간 것이기 때문에, 원래 세계의 기억과 평행세계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움직입니다. 제가 팀 프로젝트에서 혼자 끙끙대던 것처럼, 로제린도 처음엔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 했지만 점차 주변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런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됐습니다.

 

캐릭터마다 가진 어비스 능력과 다각화된 매력


이 소설의 또 다른 강점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어비스(Abyss)'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어비스란 작품 내에서 각 캐릭터가 타고난 초능력 같은 것으로, 예를 들어 로제린의 아버지 체르티는 독 어비스를 갖고 있어서 사랑하는 딸을 다치게 할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둡니다. 할아버지 데본은 암흑가 출신이라 말투가 거칠지만 속은 따뜻하고, 첫째 삼촌 이지스는 전쟁터를 찾아다니는 광전사, 둘째 삼촌 이안은 막룩사 조직원이라는 복잡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콘텐츠산업에서 웹소설은 2024년 기준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그중 판타지 로맨스 장르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망나니 악녀가 돌아왔다'는 이런 트렌드 속에서도 캐릭터 설정이 특히 돋보입니다. 저는 특히 게런 윌브리드 후작의 외전이 따로 한 편의 소설로 나와도 좋았을거라 생각할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차원이동 능력으로 로제린을 평행세계로 보냈는데, 자신도 그곳으로 따라갔더니(아내를 다시 만나고 싶어했거든요) 평행세계의 아내는 이미 그에게 체념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아내의 사랑을 얻으려고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안쓰러웠습니다. 후회남은 굴러야 제맛이니까요.^^

각 캐릭터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과 능력,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팀원들에게 실망했을 때, 이 소설 속 캐릭터들은 서로 오해하고 상처받았지만 결국 진심을 나누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작은 위로가 됐습니다.

 

사이다 전개와 작가 특유의 문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사이다 같은 전개입니다. 로제린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며,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 "과거는 잊으라고 있는 거지. 머무르라고 있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처럼, 그녀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도 그 시기에 과거의 실수나 팀원들의 무책임함에 얽매여 있었는데, 로제린의 이런 태도가 큰 자극이 되어서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작가님이 특정 문장을 반복하는 습관은 좀 거슬렸습니다. 같은 표현을 여러 번 쓰면서 강조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가끔 과하다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또 비속어나 저급한 욕설이 자주 나오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솔직하고 시원하게 느껴졌지만 불편하신 분들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취향 차이라고 봅니다.

 

주요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평행세계 설정으로 회귀물보다 입체적인 전개
  • 캐릭터마다 어비스라는 독특한 능력과 사연 보유
  • 로제린의 시원한 성격과 메타인지 능력
  • 원래 세계로 돌아가 다시 세상을 바꾸는 2회차 전개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혼자 전전긍긍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필요하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제린처럼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이 작품은 흡입력 있는 전개 덕분에 순삭할 수 있습니다. 평행세계 설정과 사이다 전개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답답한 상황에서 대리만족이 필요하시다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저처럼 예상 밖의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비속어 표현이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감안하시고 선택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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