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나는 포모(FOMO)에 못 이겨 고점에 국내 주식을 샀다.전자닉스라고 통칭되어지는 그 주식들 말이다. 다들 돈을 번다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그 조바심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내 계좌는 -270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기사에는 몇 천만원 몇 억 손실. 전 재산을 날린 분들도 있으니 얼마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면서 생긴 손실이다. 투자 시드의 무려 30%가 넘는 손실이다.
부의 갈림길, -270만원 손실 중에 읽었다

사실 6월에 이미 한 번 크게 데였다. 그때 -114만원을 손절로 확정했다. 그런데 지금 남은 계좌는 거기서 더 밀려서 추가로 -270만원의 미확정 손실을 안고 있다. 확정된 손실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손실. 그 둘을 동시에 끌어안은 채로, 나는 이 책을 펼쳤다. 마음이 편해서 읽은 게 아니라, 뭐라도 붙잡고 싶어서 읽었다는 게 솔직한 말일 거다.
손절 원칙이 있었는데 7월 -63%를 맞았다


변명 같지만, 나에게도 손절 원칙은 있었다. 문제는 그 원칙이 6월에 한 번 흔들렸다는 거다. 원칙대로 손절을 했는데, 하필 그다음 날 반등이 나왔다. 그 한 번의 경험이 묘하게 마음을 헝클어놨다. 원칙을 다시 가다듬을 새도 없이, 나는 어정쩡한 상태로 7월을 맞았다.
그리고 7월은 순식간이었다. 계좌가 눈 깜짝할 사이에 -23%로 내려앉았고, 그 중 한 종목은 최대 -67%까지 빠졌다. 지금도 나는 그 -53% 종목을 들고 있다. 손절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내가 보기엔 그 기업의 가치 자체가 훼손된 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책 읽기 전이었으면, 꼴 보기 싫어서 털어버렸을 것
솔직히 고백하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였다면 한달간 이어지는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꼴 보기 싫어서 그냥 다 털어버렸을 거다. 손실 난 종목을 계좌에서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니까,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걸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을 거다.그리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손실을 다시 만회하면 되지 뭐~ 라고 위안했을거다.
예전의 나는 손실이 나면 희망 회로만 돌렸다. "오르겠지, 오를 거야" 하는 막연한 기대.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같은 종목을 들고 있어도, 이제는 그 기업의 capex(설비투자) 부담이나 부채 리스크 같은 것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무작정 버티는 게 아니라, 왜 버티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래서 지금의 이 버팀은 예전의 그 버팀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부의 갈림길의 함정, 자만심을 경계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경계하는 지점도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자칫 "나도 옳은 선택을 하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만심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확신과 자만은 종이 한 장 차이라, 지금의 내 버팀이 냉정한 판단인지 아니면 손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의 포장인지, 나조차도 완전히 확신하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메시지를 믿되, 그 믿음이 자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계속 스스로를 점검하려 한다.
그래서 나는 3분기 실적발표 이후에 이 책을 다시 펼칠 것이다. 그리고 연말에 한 번 더 읽을 것이다. 지금 내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때 가서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