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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 아끼다 공방 열고, 노하우만 남겼다

by 반짝이 다아트 2026. 8. 4.

가진 거 없는 나를, 어떻게든 매력 있게 만들어서 팔아야 할 것 같은 느낌. 전업주부로 지내던 내내 나를 줄곧 짓눌렀던 감정이 바로 그거였다. 내세울 능력도, 대단한 경력도 없는 내가 무언가를 팔려니, 결국 나라는 사람 자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야만 할 것 같았다.

베이킹 공방 창업, 가진게 없으니 도구라도 팔아볼까

 

처음 사업이라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버거웠던 게 가진 게 없다는 허탈함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지냈고, 남들 앞에 내놓을 만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을 팔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매력적으로 꾸며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었다.

그러다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흔히 영업이라고 하면 물건을 파는 세일즈만 떠올리지만, 꼭 판매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 내가 가진 무언가를 상대에게 건네고, 그것의 가치를 알아보게 하는 모든 과정이 넓은 의미의 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고 나니 시야가 조금 트였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 셋을 키우며 몸으로 익힌 육아 노하우도, 누군가에게는 돈 주고라도 듣고 싶은 매력적인 인사이트일 수 있다. 내가 가진 게 없다고 여겼던 건, 어쩌면 내 안의 것들을 스스로 가치 없다고 깎아내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가진 게 없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걸 알아보지 못한 데 있었다.

재료비라도 아끼려다 공방 열고, 월 380만원까지

 

내 공방의 시작은 사실 거창한 사업 계획 같은 게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어서 집에서 직접 빵을 굽기 시작한 게 출발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욕심이 붙었고, 장비가 하나 둘 늘어났다. 오븐이며 반죽기며 온갖 도구가 집을 점점 잠식해오자, 결국 이걸 밖으로 빼내야겠다는 생각에 공방이라는 공간을 얻게 된 거다. 빵값을 아끼려다 시작한 일이 어느새 사업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소박했다. 집에서 먹는 빵, 케잌 재료비 정도만 빠져도 그게 어디냐 싶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손님이 붙고 매출이 나기 시작하니 욕심이 생겼다. 제일 잘 됐을 때는 한 달에 380만원까지 벌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월세를 내고, 재료비를 채우고, 이런저런 지출을 감당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생각보다 적었다. 게다가 매달 돌아오는 고정비의 압박은 매출이 좋은 달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재료비만 남으면 된다던 처음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월세와 지출 스트레스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오피스텔 단수 리스크,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내 잘못

 

결정적인 사건은 연말에 터졌다. 한 해 중 가장 바쁜 피크 시즌, 하필 그때 건물에 단수가 났다. 갑작스런 사고에 물을 쓸 수 없으니 예약된 수업도, 대여도 진행할 수가 없었다. 당일 취소라는 말도 안되는 초유의 사태가 생겼고, 손님들에게 환불을 해주고 배상까지 해야 했다.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한 달간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나는 결국 공방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억울했던 건, 오피스텔이라는 공간이 가진 단수 리스크를 나는 배상받을 길이 없었다는 점이다. 건물의 문제로 벌어진 일인데, 그로 인한 손해는 오롯이 내 돈으로 메워야 했다.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손님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내 지갑까지 털어야 하는 상황. 그 억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냉정하게 돌아보니, 이건 결국 내 잘못이기도 했다. 그런 리스크가 있는 공간을 택한 것도 나였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나였으니까.

 

돌아보면 타겟으로 삼은 고객층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베이킹 공유 공방을 주로 찾는 고객층은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방향은 맞았는데 결이 살짝 어긋난 셈이다. 공유 공간이라는 형태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세를 겨우 감당하는 수준을 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만약 다시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공간 대여가 아니라 판매와 클래스 위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책 읽고 나서, 실패가 노하우로 보였다

 

<돈은 너로부터다>는 공방을 정리한 이후에 읽었다. 이 책은 자기 시간과 정성을 쏟은 무형자산에서 돈이 출발한다고 말한다. 나에게 그 무형자산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다름 아닌 2년간의 공방 운영 경험이었다. 큰돈을 벌지도 못하고 끝난 그 시간이, 사실은 다음 스텝을 위한 기반일 수 있다는 것.

 

책을 읽기 전까지 그 시간은 나에게 돌아보기 싫은 경험이었다. 실패의 기억이자, 애쓴 만큼 손에 쥔 게 없었던 허탈한 시간.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경험이 노하우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공간이 위험한지, 고객층의 결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공유 공간과 판매·클래스의 수익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이건 책상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내가 직접 돈과 시간을 치르고 얻어낸 자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실패가 아니라 다음을 위한 데이터로 다시 정리해두기로 했다. 언젠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 노하우 위에서 출발한다면 적어도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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