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은 다 비슷하다?

귀족 가문, 황녀, 회귀, 복수, 드레스, 무도회. 워낙 웹소설이 많아지다 보니 이 공식에서 벗어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좀 신선한 로판 웹소설 <여주가 세계를 구함> 제목이 직관적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오랜만에 '이거 좀 다른데?'는 느낌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작가님의 신작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빙의물인데 게임 설정창이?
'여주가 세계를 구함'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세계가 멸망 위기에 처할 위기를 앞둔 현대 배경의 판타지입니다.
저는 평소 게임처럼 상태창이 뜨고, 별풍선을 받으려 애쓰고, 사람을 NPC처럼 대하는 '성좌물' 설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인간의 존엄성이 깎이는 느낌이랄까 거부감이 들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던전을 관리하는 '관리자'라는 존재가 등장하긴 해도 누군가 여주를 지켜보면서 "재밌네, 더 해봐" 같은 식으로 오락거리 삼는 그런 설정은 없습니다. 대신 던전 공략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는 설정으로 실시간 관람하는 느낌만 남겨둡니다. 여주에게는 특별한 창이 보이지만, 그것이 게임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정보 제공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사라진 고급 관리자가 사실 여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 그런 설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추측들을 댓글로 하면서 같이 보는 과정 모두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먼치킨 여주지만 종이조각처럼 쓰러지는 현실감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주인공인 '나여주'의 설정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먼치킨 캐릭터는 뭐든 척척 해내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면서 체력도 좋고 전투도 잘하는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지잖아요. 하지만 여주는 능력치는 세계관 최강자 수준이면서 정작 몸이 약해서 툭하면 쓰러져요. 쓰러지는 이유도 갖가지.
우리 주변에도 머리는 좋은데 체력은 약한 사람, 지식은 많은데 실전에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무기의 여왕>의 에스텔라 같은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강인해서 모든 면에서 강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명감은 높지만 종이인형처럼 쓰러지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응원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여주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자주인공의 줄임말인 줄 아시겠군요. 여기서 여주는 여자주인공이자 소설 속 이름이 '나여주'입니다.
이런 불완전함이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먼치킨물이라고 하면 뭐든 척척 해내는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약점이 명확한 주인공은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현대판타지 설정과 다채로운 남주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서브 남주들입니다. 강한, 사명형, 정재영 세 명의 캐릭터가 각각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정의롭고 고지식한 전형적인 판타지 남주.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캐릭터
사마영: 강한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매력. 사쪽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요.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확실한 팬층 보유
정제화: 포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이어야 할 것 같지만 키가 크고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의 모습이라고 함
독자들은 세 명 모두 매력적이라며 표지 삽화에 다 나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합니다. 저 역시 정제화가 한 번도 삽화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자를 애태우게 하는 포인트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분명한데 비주얼로 표현이 안 된 건 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다만 이 작품이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로맨틱한 요소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던전 공략과 세계 구원이라는 큰 목표가 있다 보니, 연애 요소는 부가적인 느낌입니다. 로맨틱한 전개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균형이 좋았습니다. 세계를 구하고 나면 누구랑 로맨스가 진행되려나~ 그런 궁금증도 자아내게 하고요.
<여주가 세계를 구함>은 현재 3부 62화까지 나왔지만, 아직 끝판왕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점점 종말의 위기를 향해 스토리를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 3회 연재라 기다리는 시간이 억겁같이 느껴지지만 소장권 모으는 재미로 버티고 있어요. 여주의 능력 + 계략 + 신수 등장(귀여움 담당) + 현대판타지 설정을 좋아하신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흔한 로판 클리셰에 질린 분들은 꼭 한 번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