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가 주인공인 웹소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것도 전쟁터에서 시체를 조종하는 전형적인 역할이 아니라, 저주를 풀어주는 설정이라니. 저는 업무 특성상 TTS로 웹소설을 듣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이 작품은 TTS로 읽을 때 진가가 더 발하는 유형이라 꼭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네크로맨서 주인공의 차별화된 설정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네크로맨서(Necromancer)는 언데드를 소환하고 조종하는 마법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언데드란 죽은 자를 되살려 전투에 활용하는 존재로, 주로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 압도적인 숫자로 적을 제압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그런데 '일레스톤 저택의 100가지 저주'는 이 클리셰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주인공 시모네는 전쟁이 아닌 저주 해결에 특화된 네크로맨서입니다. 제국의 명문가에 걸린 100가지 저주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핵심 서사인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본 네크로맨서 캐릭터들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 주인공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해 전투씬에서 활약
- 악역으로 등장해 공포 분위기 조성
- 금기시되는 마법을 다루는 비운의 천재
하지만 시모네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저주라는 오컬트(Occult)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문제 해결사에 가깝죠. 오컬트란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현상을 다루는 분야를 뜻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악령과 저주, 원한이 서린 공간 등이 모두 오컬트 영역에 포함됩니다.
빙의물_주체적인 주인공의 매력
요즘 웹소설 시장에서 빙의물은 대세 장르입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웹소설 플랫폼의 로맨스 판타지 카테고리에서 빙의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죠(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하지만 대부분의 빙의물이 '원작 지식을 활용해 위기를 모면한다'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시모네 역시 양산형 판타지 소설 속 조연으로 빙의한 설정입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죠. 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시모네가 빙의자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분명 "아벨은 주인공이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도, 시모네는 원작 지식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일레스톤 저택으로 향하고, 저주를 풀겠다는 제안을 당당하게 던집니다. 이런 주체적인 행동 패턴이 독자 입장에서는 훨씬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솔직히 많은 빙의물이 주인공의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불만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모네는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하지 '의존'하지 않거든요. 이게 작가의 필력인지, 아니면 캐릭터 설계가 탄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TTS로 듣는 공포 연출의 몰입감
제가 이 소설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TTS(Text-to-Speech) 청취 경험 때문입니다. TTS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기술인데, 저처럼 눈과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웹소설을 즐기는 효율적인 방법이죠.
소설에는 저주를 거는 악령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는 장면이 있는데, 이걸 깜깜한 밤에 TTS로 들어보세요.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쿵' '쿵' 같은 효과음이나 "오사사니사사오님을뵈옵니다부디저희를굽어살펴주옵시고영원히복수하며할수있게해주시옵소서오늘방자살해도되겠나이까!" 이런 띄어쓰기 없는 대사가 기계음으로 반복되는 순간,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이 생깁니다.
요즘은 ai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발음의 문제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문제점이 남아있기는 해요.TTS의 부자연스러운 억양이나 띄어쓰기 오류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만큼은 그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청각적 경험이 독특했어요. 특히 저택 사람들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발견되는 장면 같은 경우, 글로 읽을 때보다 들을 때 더 오싹했습니다.
제 경험상 공포 장르는 혼자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읽거나 들을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 작품은 엄청 무섭진 않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스토리 전개가 탄탄해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일레스톤 저택의 100가지 저주'는 네크로맨서라는 소재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입니다. 저주 해결이라는 독특한 설정, 주체적인 주인공, 그리고 TTS로 즐기기에도 적합한 공포 연출까지. 양산형 판타지에 질렸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제가 완결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리뷰를 쓰는 이유도, 초반부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완결까지 본 후 후기를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