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낳고 한동안 세상만사 다 귀찮고 우울하더라고요. 아기는 사랑스러운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나만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 같은 그 감각 아시나요. 그때 무협 마니아인 신랑이 툭 던져준 게 바로 '강철의 열제'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판타지니 웹소설이니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당나라 군대에 쫓기는 고구려 철갑기마대의 절박함이 꼭 제 처지 같더라고요. 좁은 집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을 땐데 멸망 직전의 고구려 철갑기마대가 차원을 넘어 새로운 나라를 세우면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육퇴 후 이 소설을 읽는 시간만이 당시 제 숨구멍이 되어주었답니다.
고구려 전사의 위엄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구려가 멸망 위기에 처했을 때 살아남은 철갑기마대 전사들이 차원 이동을 통해 완전히 낯선 세계에 떨어집니다. 그 세계는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인데, 여기서 고구려 전사들이 '깡' 하나로 다 씹어먹습니다. 특히 이 세계는 중력이 약해서 평소 무거운 갑옷을 입고 혹독하게 훈련하던 고구려인들이 마치 날아다니듯 싸우는데,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더라고요. 마법사들이 화려한 기술을 펼치는 와중에 철갑 전사들이 순수한 체력과 전술로 압도해 버리는 그 장면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그 '고구려 부심'을 제대로 건드려 줍니다.
눈물 콧물 쏙 뺀 '우루'의 죽음
을지우루는 주인공 부대 안에서도 손꼽히는 전사인데요. 전장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동료들에게 가장 따뜻한 그런 인물입니다.보통 이런 먼치킨 소설은 주인공 일행이 절대 안 죽거든요. 그래서 우루가 전사했을 때 배신감까지 느껴졌어요. 최강 부대라며 왜 죽이냐고 작가님 원망하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죠. '작가님, 우리 우루 살려주세요! 다시 뿅 하고 돌려보내주실거죠??' 하면서 진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산후 우울증이 있을 때가 울기 시작하니까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렇게 그 시기를 지내고 나니 뭔가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간 것 같았어요.
소설 상은 남겨진 전사들을 각성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위해 필요한 희생이었을테고, 개인적으로는 산후우울증 덩어리가 떨어져 나갈 수 있게 감정을 폭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주었기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신랑이 고작 소설인데 대체 왜 그러냐고 물을 정도로 과몰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제가 이 전사들에게 진심이었던 것 같아요. 보면서 어느새 독자에서 이 부대, '가우리'의 공동체 한 부분이 된 느낌도 들었고요. 강한 것만으로는 감동이 안 되는데, 이 소설은 그 균형을 잘 잡아둔 것 같아요.
2026년 현재의 근황까지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5부 격인 '대륙의 침공' 이 연재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 저를 일으켜 세워준 소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니 감개무량하네요. 처음부터 읽으실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분량이 꽤 되는 장편이라 정주행 하면 당분간 다른 소설은 손이 안 갑니다. 저처럼 일상이 무료하거나, 시원한 국뽕 판타지가 그리운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한 번 보세요. 웹툰 버전도 나와 있지만, 전사들의 뜨거운 내면 묘사는 역시 소설 원작이 최고입니다.
정주행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요약 영상이 있는데 참고용으로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