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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후기 — 숨구멍을 만들었더니, 오히려 이성을 찾았다

by 반짝이 다아트 2026. 8. 3.

열심히 살아도 삶은 팍팍하고 목줄이 조여 오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목까지 차오르던 날, 나는 이 책을 펼쳤다.

 

책 리뷰 전, 목줄이 조여오는 삶

솔직히 나는 늘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삶은 좀처럼 헐거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목줄이 조금씩 더 조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끼고, 계획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데도 왜 늘 이렇게 빠듯한 걸까. 그런 답답함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그 불안을 말끔히 없애주진 못했다. 책을 덮었다고 통장 잔고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내일 아침의 걱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니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얻었다. 이렇게 팍팍하게 사는 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공감이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은 다를 뿐, 통장 잔고를 걱정하고, 가족과 크고 작게 부딪치고, 하루하루를 인내하며 버티는 건 다들 비슷하구나.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의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어떤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기분으로 살았다. 전업주부로 지낼 때는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숨통이 트일 거라 믿었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 시기만 지나면 좀 나아질 거라 되뇌었다. 그런데 결승선은 도착하고 나면 늘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른 선이 그어지고, 그렇게 나는 늘 쫓기듯 달렸다. 이 책은 바로 그 달리기를 잠깐 멈춰 세웠다. 왜 이렇게까지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지, 이 속도가 정말 내가 원한 것인지 처음으로 되묻게 만든 것이다.

힘 빼도 된다는 책, 기반 없으면 허탈함

물론 이 책의 메시지에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 건 아니다. 이 책은 결국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된다', '힘을 좀 빼고 살아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위로가 모두에게 똑같이 가닿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안정적인 사람에게 '힘 빼도 된다'는 말은 여유가 된다. 하지만 딛고 설 기반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그 말이 오히려 책을 덮는 순간 기만당한 것 같은 허탈함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분명 가벼워졌는데, 눈앞의 현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괴리감. 그 간극 앞에서 나는 살짝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이, 어쩌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더 또렷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는 법이니까.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저자는 안정된 길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속도를 찾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결국 돌아갈 곳이 있거나 잃을 게 크지 않은 사람이 부릴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나처럼 지켜야 할 가정이 있고 매달의 생활이 빠듯한 사람에게는, 힘을 뺀다는 것 자체가 곧 뒤처짐이자 위험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가 몇 번이나 멈칫했다.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이 말을 지금 내 삶에 그대로 가져다 놓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물음에 책은 친절히 답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 스스로 정해야 했다.

숨구멍을 만들었더니, 이성을 찾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이 책을 현실의 답이라고 여기는 대신, 잠깐의 숨구멍으로 만드는 것처럼 읽기로 한 거다.

현실 도피도 그것이 완전한 외면이 되어버리면 위험하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숨구멍이 되어준다면, 그건 오히려 유익하다는 걸 알게 됐다. 잠깐 힘을 빼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고 그제야 내 상황이 냉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전업주부로 10년 넘게 지내다가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처음부터 그 일을 해온 전문직 사람들만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 역할은 그들을 보조하는 자리다.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내 역량과는 별개로, 회사가 나를 계속 정규직으로 쓸 만큼의 가치를 느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조급하고 답답하니까, 티끌만 한 가능성이라도 있을까 싶어 자꾸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고 한숨 돌리고 나니, 그 전전긍긍이 조금 가라앉았다. 지금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되, 헛된 희망에 나를 통째로 걸진 않게 된 거다. 붙잡히지 않을 가능성에 마음을 졸이며 에너지를 쏟느니, 그 에너지와 시간을 다른 가능성에 투자하는 게 맞다는 이성을 찾았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더 키워보기로 했다. 회사에서의 내 자리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많지만, 블로그는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이 온전히 내 것으로 쌓이는 일이니까. 막연한 희망에 매달리는 대신, 지금 당장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이 일에 힘을 실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지만, 답을 찾을 여백은 만들어주었다. 나에게는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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